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 김현승 아버지의 마음中
전시회와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다소 생경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삼십대의 중반에 다시 예술가의 길을 걷겠다고 아버지에게 말씀드렸을 때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사전에 의논도 없이 언제나 저는 그렇게 스스로 결정짓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는 싸가지 없는 아들이었을 겁니다.당연히 사내로써 제대로 벌이도 변변치 않은 길을 가고자 하는 아들의 뒷모습에 시름이 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진을 한답시고 모아두었던 돈을 탕진해 가며 몇 차례의 전시회를 열었지만,
아버지는 끝내 전시장에 단 한 번도 발걸음을 하지 않으시더군요.
서운하긴 했지만 아버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드러나는 삶보다는 묵묵히 사내답게 일하며 또 군자답게 처신하며 살아가시는 아버지의 성품으로 미루어 싸가지 없는 아들의 외향적인 전시 스타일과 시끌벅적한 파티같은 것이 마음에 드실리 없기 때문입니다.아들과 취향이 같으신 어머니는 열외로 합니다만.
첫 번째 그룹전을 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찾아올 손님들과 판매될 작품에 대해서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정작 마음 속으로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동료작가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았지만 혹시라도 찾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거나 사진이 단 한장이라도 팔리지않는다면 얼마나 쪽팔릴까 내심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에겐 싸가지 없는 아들이었지만 세상 사람들과는 인간관계가 원만했기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어깨가 으쓱해지던군요. 평소 늘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던 지인이 사진 한 점을 미리 사주셨기에 그룹중에서 나름대로자세가 나왔습니다. 전시장을 찾아준 지인과 차 한잔을 마시고 돌아왔는데 당번 작가가 제 사진이 모두 팔렸다며호들갑스럽게 축하의 인사를 건내옵니다. 잠시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누구였냐고 물어 보니서울 모 사무실로 배달처만 남겨두고 나머지 작품 전액을 지급하고 황급하게 가버렸다고 합니다.평소 내 사진을 너무 좋아하는 팬이라며 두둑한 현금봉투을 남겨두고서 말입니다.물론 작품을 보낼 주소지와 수령자의 이름 또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전시장에선 다른 동료들로 부터 부러움을 사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뜻하지 않은 좋은 결과에 잔뜩 고무된 나는 더없이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겨졌습니다.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부모님에게 알렸고 두 분 다 잘했다며 더 열심히 하라 격려했습니다.물론 당시에 조선일보사나 몇몇 중소 매체에 제 사진이 소개되기도 해서 그러려니,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오랜시간 후에 알게된 사실은 그때 사진을 보낸 그 주소지는 여동생의 남편직장 주소지였고 사진을 모두 다 구입해 준 그 고마운 분은 다름이 아닌 나의 아버지였다는 것을 말입니다.참 잘난척 하며 사진작가로 폼잡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었는데 묵직한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야단만 치시던 아버지는 첫 그룹전에서 아들이 기죽기를 바라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렇게라도 아들의 가오를 세워서 어렵게 시작한 길을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모르게 응원을 하셨습니다.돈이 부족한 아들에게 그렇게 자존심 상하지 않게 작품구입으로 지원해 주셨고 저의 자부심을 한껏 끌어올려 주셨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늘 잔소리만 하신다 생각했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한 걸음에 아버지에게 달려가 무릎꿇고 앉아싸가지 없는 아들의 독설을 사죄했고 그 깊은 배려와 격려에 한없이 감사드렸습니다.아버지와 함께 비밀을 함구한체 묵묵히 바라보아준 가족들 모두에게 머리를 숙였습니다.나는 참 행복한 놈이었습니다.
이제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 속에 들어있는 보이지 않는 눈물의 의미를 싸가지 없는 아들은 알게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아버지!
싸가지 없는 아버지의 아들이 용감하게 지구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사람과 사진과 더불어 사랑하고 실연하며 고뇌했던 자전적인 저의 첫 번째 책을 아버지 당신에게 바칩니다. 세상의 모든 소리없는 부성애에 겸허히 바칩니다.
무던히도 앓았던 가슴아픈 사랑 그러나 이제는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몽중인"이라는 책으로 내려 놓습니다.나는 사진가이기 이전에 한 남자입니다.사랑에 전율하고 또 그 사랑에 가슴 아플 수 있는 그런 사내일 뿐입니다."몽중인"은 여행의 필독서가 아닙니다. 여행의 길잡이도 더더군다나 아닙니다.누구나 한 번 쯤은 앓을 수 밖에 없는 그 '앓이'와 시간과 빛과 그리고 사랑이 남기고 간 흔적을 좇아가는 나의 이야기그리고 감히 당신의 이야기 라고 말합니다. 또는 사랑타령과는 무관한 트라우마(정신적외상)에 대한 치료의 해법이길 바랍니다.빛이 남기고 간 화려한 흔적들 속에서 그리고 때로는 무겁고 어두운 흔적들 속에서 가슴으로 사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쪽이라 해도 그들 모두는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나와 당신의 희망이었고 긍정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포토에세이 "몽중인"과 더불어 "이홍석 소품전 SMALL PICTURES BIG WORLD"를 함께 준비했습니다.작은사진 그러나 그 속에는 더없이 드넓은 세상이 담겨져 있습니다. 작은 곳에 더욱 큰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욕심을 부렸습니다.
"이홍석 소품전 SMALL PICTURES BIG WORLD"에 준비한 소품들은 당신들을 위한 선물입니다.많은 이웃들과 지인들이 그간 제 작품을 구매하시고자 하셨습니다.하여 작품크기와 가격 때문에 그동안 망설이셨던 고마운 저의 이웃들과 지인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대형작품들만 전시하던 고집스러운 자존심을 버리고 어려운 시절에 저의 작은 사진 한 점이 여러분들의 책상에서 거실에서또는 사무실에서 희망의 메세지가 되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모든 소품의 가격은 수입원목으로 제작한 수준 높은 프레임으로써 10만원으로 한정하였습니다.
싱가폴 비엔날레에서 최고 만 달러 까지 호가되었던 저의 작품가격을 견주어 보시면 아마도 횡재라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전시일정 : 2009.2.20 ~ 2009.3.6
찾아오실곳 : 갤러리카페 숨꿈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8-24 TEL 02 338 7077)
행사일정 : 오픈행사, 프로젝터쇼, 몽중인 포토에세이집 사인회, 작가와만남
연락처 : 010-4414-2814 이홍석
1. 지하철 : 지하철 2호선 홍대역 하차 4번 출구로 나오셔서 도보로 약 6분 거리
2. 버스 : 홍대역 4번 출구 기준으로 동일
3. 자가용 : 갤러리카페 앞 도로변에 공용주차라인이 있지만 혼잡함으로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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