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리안은 1900년부터 그가 사는 도시의 외곽에서 강변을 따라 풍경화를 그렸다. 화가이자 철학자인 몬드리안은 같은 풍경을 여러번 그리면서 그가 바라보는 풍경에 깃든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했다. 그림속에 깃든 주제의 본질을 바라보려는 시도는 몬드리안의 화가로서의 평생의 탐구과제였다. 몬드리안은 풍경화를 그리면서 화려한 기교는 제외한채 햇빛의 단조로운 반사광과 둥근 달걀 모양의 형체를 표현하려 했다. 이후의 그의 예술세계에서도 드러나듯이 몬드리안은 풍경화를 그리던 시절부터 사물의 본질을 바라보려 노력했다.

몬드리안의 풍경화 그림에서 카뮈의 이방인같은 색채가 흘러나온다. 단조롭고 절제된 색채는 사물의 본질을 바라보려는 몬드리안의 시도로부터 나타난 것이다. 그는 풍경화를 그림에 있어서도 되도록이면 화려한 기교는 피하려 했다. 20세기는 무엇보다 발명의 시대였다. 예술이나 과학이나 20세기는 새로움을 창조한 인간의 시간이었으며 그들의 무대였다. 몬드리안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독특했다. 철학자같은 화가로 불리는 몬드리안은 사물속에 깃든 순수한 본질을 바라보려 했다. 가장 순수한 색채들이 직선들과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미학인 데 스테일의 미술양식은 이미 풍경화를 그리던 시절 나타나고 있었다.

몬드리안의 그림속에 나타난 빛은 다른 화가들의 빛과는 다른 느낌이다. 고흐의 강렬한 빛의 색채, 밀레의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의 색채, 몬드리안의 빛의 색채는 사물속에 푹 가라앉아 차갑게 응겨붙은 느낌의 빛이다. 사물속에 푹 하고 응겨붙어서 진흙처럼 완전히 스며들어 본질과 함께 스물스물하고 움직이는 느낌이다. 범신론은 사물속에는 인간의 영혼과 같은 본질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몬드리안은 사물 각각의 내부에 깃든 본질을 표현하려 했다. 몬드리안은 사물의 본질을 나타내기 위해 풍경화를 그리면서 고흐의 선명한 짧은 붓 터치와 뭉크의 캔버스를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거칠게 지나가는 붓 터치를 표현하려 했다.

몬드리안은 인간성이 세기가 흘러갈수록 정신적인 조화로 진화한다고 믿는 신지학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다. 몬드리안의 풍경화 속 경치는 대개 고요하고 차분하며 차갑지만 아름답다. 그러나 이 풍경화는 강렬한 느낌을 표현했다. 진실로 진실로, 몬드리안은 진실을 그림으로써 찾아 헤매는 내면의 에너지를 지닌 수도사였다. 그는 자연적인 흐름, 자연적인 형태, 자연적인 색채, 자연적인 율동, 자연적인 교감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는 만물이 조용히 명상하는 그 순간을 그림으로써 표현했다. 고흐 그림의 영향을 받아서 그린 이 그림에는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 기술이 사용되었다. 풍차는 자연앞에 홀로 서 있다. 굳건하고 강하게 서 있는 이 풍차는 강한 영혼의 힘을 지니고 있다. 선명한 노란색들과 풍차에 칠해진 붉은 색채는 대자연 앞에 굳건히 서 있는 이 풍차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대자연 앞에 서 있는 인간을 그린 그림들은 흔히 낭만주의 그림으로 불리고는 한다. 그 그림들은 대자연 곧 신의 색채를 표현하기 보다는 대자연속에서 강하게 서 있는 인간의 색채를 표현했다. 대자연속에서 실존하며 자신의 영혼, 곧 실존하는 영혼을 가진 굳건한 인간의 낭만주의적인 힘을 표현했다.

몬드리안은 그림을 그릴때 수염을 간결하게 깎고 말없이 무거운 안경을 쓰고 차분히 그림을 그렸다. 차분하고 고요히 그의 그림을 응시하며 붓질을 하는 그는 예술가보다는 오히려 과학자나 성직자처럼 느껴진다. 차분하고 다소 차갑게 보이는 나무 이파리들은 뜨거운 태양속에서 이리저리 나부끼며 태양빛을 통해 자신들의 본질을 나타낸다. 다섯 그루의 나무들은 함께 모여있지만 태양 앞에서 그 각자의 영혼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나무들의 그림자들, 강물에 비친 그들의 형상은 마치 태양빛에 의해서 타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환상처럼 일렁인다. 이 그림속에서 몬드리안이 그린 나무들은 영혼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풍경들은 차갑고 푹 가라앉은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마치 영화속의 잠시의 공백같은 필름처럼 조용히 은은하게 말을 건넨다. 촘촘히 서 있는 나무들은 광대한 자연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아득히 끝이 없이 서 있는 나무들은 대자연이 끝이 없는 영혼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몬드리안의 풍경화는 어느 하나의 소실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의 풍경화속에서 나무들과 풍경들은 어느 끝이 없는 외부로 방사형처럼 뻗어 있다. 그들은 그림 바깥의 무한한 세계로 뻗어 나간다.

몬드리안의 풍경화들은 그가 데 스테일을 발견하기 까지의 과도기의 시간에 그려졌다. 번민하고 있는 꽃들, 번민하고 있는 나무들, 태양앞에서 그들의 영혼을 태우고 있는 자연의 사물들은 몬드리안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 까지의 탐구과정에 놓여 있었기에 이 번민하는 풍경들은 그 자신의 영혼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기자신만의 색채를 발견하기 위한 몬드리안의 인생의 행로가 그의 풍경화속에 담겨 있다. 그의 풍경화속에서 그의 정물화속에서 나무들과 꽃들은 마치 몬드리안이 그들에게 최면을 건 것처럼 태양앞에서 또는 어느 하나의 공간 앞에서 꿈틀대며 움직인다.

그들은 넋잃은 긴 시간속에서 무엇을 갈망하는 것처럼 조용히 움직인다. 나무들은 성장의 힘을 가진 채 견딜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움직이며 우리에게 감동을 건넨다. 붉은 나무들은 단순히 빛을 반사하지 않는다. 이 그림속의 붉은 나무들은 진정 살아있는 생명체들이다.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며 태양앞에서 자라나고 시들고 죽는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간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내부에서 성장하는 힘과 감동을 가지고 있는 진정 살아있는 생명체들이다. 마치 대자연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처럼 그들은 내부에 참을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 스스로의 힘을 가진 사람처럼 몬드리안의 풍경화속의 나무들은 살아가고 성장하고 시들고 죽는다. 그리고 엄숙하고 뜨거운 태양앞에서 그를 마주보며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나는 강한 영혼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자연속에서 실존하는 본질의 영혼을 지닌 생명의 힘이며 사람과 나무이다.

출처 http://blog.naver.com/eight23/50030716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