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마틴 개인전 26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그 전에는 작품을 만들 때 종이에 드로잉을 했지만 15년전부터 컴퓨터를 사용했죠. 컴퓨터는 마치 나를 위해 발명된 도구 같다고 여겨질 정도로 작가인 저에게 완벽한 도구예요"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한 'yBa(young British artists)'그룹 작가들의 스승인 영국 작가 마이클 크레이그-마틴(68)은 작업 과정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실을 당당하게 소개했다.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에서 자신의 개인전을 앞두고 25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크레이그-마틴은 "컴퓨터에서 드로잉을 끝내고 색까지 입혀본뒤 캔버스에 이를 프로젝션으로 비춰 작업을 진행한다"며 "그러나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 속 굵은 검정 선은 검은색 바탕에 테이프를 부쳐놨다가 떼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색 작업은 붓 대신 롤러를 사용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흑백으로만 표현했는데 색 사용 방법에 대한 오랜 고민을 거쳐 색을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그는 자신의 작품은 절대 팝아트가 아니고 개념미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팝아트는 대중 소비 사회에서 유명한 상품이나 대중 스타의 이미지를 사용하지만 자신은 의자, 신발, 전구 등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일상의 물품에서 특징을 추출해내 사물의 개념에 초점을 맞춰 작품화한다는 것이다.
"앤디워홀을 예로 들어보죠. 마릴린 먼로나 코카콜라가 생각날 거예요. 그러나 제 작품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물건이 들어있지요. 물론 학생시절인 1960년대 팝아트를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팝아트의 장점에 흥미를 느꼈고 영향을 받았겠지만 말예요"
그는 흑백으로만 작업하던 시절에는 팝아트라는 얘기를 전혀 듣지 않았지만 색상을 사용하면서 그런 오해를 간혹 받는다며 "저는 우리 세계를 표현하는 물품들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골드스미스대학 교수로 재임하면서 지도한 데미안 허스트 등 yBa 작가군에 대해서는 "모두 개성이 다른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라며 "좋은 작가가 되려면 조심성은 도움이 되지 않고 작업을 극단적인 곳까지 끌고가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특히 허스트에 대한 평가를 요구받자 "비범하고 야망이 있고 사려깊고 용감한 작가"라면서 "'프리즈(Freeze)전이 열렸던 1980년대 후반부터 허스트가 신작을 모아 경매에 올렸던 작년 9월까지를 미술사의 한 시기로 규정지을 수 있고 이제 새로운 시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레이그-마틴의 개인전은 26일부터 3월31일까지 열린다. ☎02-515-9496.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