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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북 리뷰] 종교에서 포르노까지, 화가 홍경택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8-10-25     조회 : 7993    

홍경택-선과 악이 뒤섞인 세상에서 구원을 꿈꾸는 수줍은 화가


  “종교에서 포르노까지 우리 시대의 모습을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화가 중의 화가 고흐, 교황 요한 바오로2세, 현란한 어둠의 목소리 팝가수 프린스. 일견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인물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풍경이 화가 홍경택의 그림속 세상이다.  2006년에 혜화동의 한 갤러리에서 있었던 그 전시는 <훵케스트라>라는 희한한 제목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말은 현대 대중음악 훵크와 고전 음악의 대명사인 오케스트라를 합성한 말이었다. 화려하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성인의 모습과 ‘새옹지마’ 같은 격언 뿐 아니라 나이트 클럽의 DJ와 팝송의 가사가 함께 드러나는 엉뚱한 퓨전의 세계이다. 화가 홍경택의 그림은 한국미술사에서 드디어 얼굴을 내비친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을 보여준다.

홍경택의 이름을 알린 것은 커다란 화면 가득히 연필을 빽빽하게 그려 넣은 <연필 그림>이었다. 색색의 연필들은 마치 분수가 솟아오르듯, 하늘에 불꽃놀이가 펼쳐지듯이 분출하고 있다. 이 강렬한 이미지는 새로운 그림을 찾던 젊은 기획자들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초현실주의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서재 그림>과 글씨, 이미지와 패턴을 결합시킨 글자 그림 역시 젊은 작가 홍경택을 한국 미술의 유망주로 단단히 자리매김 하게 하였다.

강렬한 색감의 그림을 보면서 상상했던 모습과 달리 홍경택은 갈 데 없는 ‘범생이’ 모습이었다. 입고 있는 옷과 단정한 머리 모양이 그러하며, 타고난 생김새 자체가 그러하다. ‘튀는’ 그림을 보면서 아마도 나는 그가 좀 튀는 사람이길 기대했었나 보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과연 이 ‘범생이’의 내면은 과연 그림처럼 범상치 않다. 고흐, 요한 바오로2세, 프린스 등이 공존하는 그의 세계는 성과 속을 모두 끌어안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아이들이 하는 잔인한 장난에 마음 아파하고 연민을 느끼던 여린 소년이었다.  크게 굴곡 없는 삶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의 자질구레한 모순과 불협화음 자체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그는 사뭇 고전적인 예술가의 감수성을 가지고 태어났던 것이다. 마흔이 된 이제는 모든 삶의 모순, 옷가게와 술집들 사이에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명동처럼 혼돈스러운 삶의 모습을 인정한다. 이 혼돈스러운 세상의 모순을 TV와 영화, 팝송 속에서 성장하고 MTV의 현란한 이미지에 익숙해진 온 세대의 감각으로 표현한다.

관록을 자랑하는 구형 산요 라디오에서는 쉬지 않고 노래가 흘러나온다. 작업장 한 쪽에는 그가 중학교 때부터 사 모으기 시작한 2천여 장의 LP판과 CD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일어나서 음악을 켜는 일부터 시작해서 잠들기 전에 음악을 끄는 일로 하루를 마감할 정도로 그는 음악에 푹 빠져 산다. 보이지 않는 음악은 공기 중을 떠다니다 어느 날 그의 그림 속에 안착하기도 한다. 영국 테크노 그룹 PET SHOP BOYS의 노래 <RENT>는 “네가 나의 집세를 내주기 때문에 너를 사랑한다(I love you, you pay my rent)'라는 선정적인 가사와 우울한 멜로디로 현대인의 사랑을 풍자한다. 그는 이 곡의 가사를 인용하고 곡의 분위기를 패턴과 색채로 표현하였다.

MTV 세대의 감각은 그의 다른 그림에서도 느껴진다. 연필 그림이 내면의 폭발하는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면 서재는 안으로 움추러든 은밀한 공간의 표현이다. 그의 그림 속에서 책은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성을 쌓는 벽돌 같은 것이다. “거대한 역사 앞에서 개인의 미시적이고 조그만 세계를 지키고 싶었어요.” 그는 자신의 작품을 오타쿠(집) 문화와 관련시키면서 설명한 바 있다. 한 두 명의 자녀를 둔 핵가족에서 성장한 이 세대들은 경제적 혜택을 누리며 자라났고, 개인주의적이며 정치에 무관심하다. 꿈을 잃어버린 세대로 일컬어지는 오타쿠 세대들은 대신 자신의 관심 대상의 뿌리까지 찾아들어가는 집요함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소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젊은 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된다. UCC와 블로그, 미니 홈피 등 인터넷은 이런 세대들의 활동하는 공간이다.

재기 발랄한 감각으로 홍경택은 자기의 내면으로 은둔한 이 젊은이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1968년생인 홍경택이 이 오타쿠 세대의 감각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의 격렬함 때문이다. “은둔자에게는 운둔자의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를 비껴 산 게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 개인적인 삶을 산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다 광장에 나서면, 그 빈 세상은 누가 채우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제 몫을 하고 있어요.” 이 은둔자는 단순히 감각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대안적인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플라스틱 질감이 번뜩이고 현란한 형광색으로 중무장된 그의 그림은 을 넘어서는 세계 구원에 관한 명상이 담겨져 있다.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해골은 예수가 최후를 맞이한 골고다 언덕을 상징하며 십자가와 기독교적인 도상이 함께 한다.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서가가 넘어지지 않도록 작가 자신이 지탱하고 있다. 한쪽 발에는 군화가 신겨져 있고, 그 군화발로 악을 상징하는 뱀의 꼬리가 달린 인형을 밟으려고 하는데 다리에 끈이 묶여져 있다. 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을 없앴을 수는 없다는 아이러니를 그린 그림이다. 나름의 대안적인 세계를 구성하려는 의도 속에서 그의 작품에는 조밀한 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기독교적 도상에 익숙하며 서양미술사의 전통을 재치 있게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이 그의 진가를 더 빨리 알아차린다. 강렬한 이미지 뿐 아니라 이렇게 조밀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홍경택을 한국미술사에서 단연 돋보이게 만드는 장점이며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하는 대목이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던 덕에 홍경택의 작품 세계는 일찍이 형성되었다. 작가라면 누구나 거쳐야 되는 여러 가지 시험 단계를 단축할 수 있었다. 지금의 홍경택의 이름을 알린 연필 그림과 서재 그림도 사실은 대학교 때부터 그렸던 것이다. 처음에 이 그림들은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미술 개인 교습, 작품 설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주목한 것은 새로운 이미지를 갈망하던 젊은 전시기획자들이었다. 2000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은 이제 홍콩 크리스티 경매 등의 세계 미술시장에서 안목 높은 콜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국 미술계의 블루칩 작가로 떠올랐다.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서 편한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그가 가슴위에 양팔을 교차시킨다. 무슨 포즈냐고 묻자 춥고 배고픈 포즈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내 눈에는 웅크린 태아의 포즈처럼 보였다. 이제 불혹의 나이에 들어섰지만 수줍은 청년의 순수함을 가진 그에게 세상은 여전히 갈망과 연민 그리고 상처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신에게 솔직할 때 예술가는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 아닐까?


홍경택

1968년 서울 출생. 경원대학교 회화과 졸업. 경원대학교 출강. 2000년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 및 국내외 주요 단체전 참여. 현재 전업 작가로 작품에 전념

                                                                출처  http://cafe.naver.com/easyart/220


더보기http://blog.naver.com/atfeel/13003669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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