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이배展ㆍ정현展 동시 개막
                                                      기사입력 2008-09-02 06:50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조각가 정현(52)과 재불 화가 이배(한국명 이영배.52)는 조각과 회화라는 장르의 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연을 쌓아온 중견 작가다.

홍대 동문으로 1990년대 초반 같은 시기에 프랑스에 머물면서 서로 교류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이배는 2000년, 정현은 2006년에 각각 선정됐다.

이들의 개인전이 소격동 학고재 신관(정현)과 본관(이배)에서 각각 3-25일 열린다.

정현은 이번 개인전에서 녹이 슨 철근을 쌓고 붙여 만든 새로운 형태의 조형물을 선보인다. 영혼 내부의 고통까지 들춰내는 듯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작품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붉은 녹이 주는 시큼한 느낌이 효과를 더하는 듯하다.

그동안도 건설용 침목(枕木) 같은 버려진 재료로 작업해온 그에게 또 다른 조각 재료가 생긴 셈이다.

"주물을 할때 보강재로 쓴뒤 버려지는 철근에서 묘한 느낌을 받아 주물공장을 돌며 모은 철근들"이라며 "2006년 작업실을 고양으로 옮긴 뒤 자주 찾게 된 자연에서 약육강식의 전쟁터와 같은 상황을 보고 인간의 삶이 겹쳐졌다"고 작업 배경을 설명했다.

 

철판을 긁어 녹이 슬도록 한 평면 작품과 드로잉도 함께 전시된다.

아크릴 용제로 표면을 만들고 숯 검댕으로 선을 긋는 작업으로 '숯의 화가'로 불려온 이배는 아크릴 용제의 표면을 예전보다 더욱 하얗게 만들어 선명한 검정 색이 더욱 까매진 듯하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1999년부터 비싼 물감 대신에 숯 검댕으로 작업을 해온 그의 작품은 수묵 추상화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데 동양적이면서도 서구적인 느낌은 여전하다.

그 역시 붉은 색 계열의 작품을 이번에 새로 선보인다. 새 작품은 검은 선이나 점을 붉은 선이나 점이 대신하고 있다.

"숯이 불에서 붉게 타오르듯이 붉은 색은 검정과 이질적인 색이 아니다"라는게 새로운 시도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다.

☎02-739-4937. (사진설명 = 정현의 철근 조형물 및 녹을 이용한 철판 평면 작품과 이배의 숯 검댕 활용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