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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펌글강좌] 매그넘 시리즈 번외편 - 한겨레 신문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08-08-12     조회 : 4458    

[매그넘 시리즈 번외편]

토마스 횝커의 서울 도심 유람기
                                                                                  기사입력 2008-08-06 19:18 

  
 

사진선택은 편집자의 고유권한

지난 6월 매그넘 총회가 열렸던 파리의 파티에 모인 사람들 중 한국에 왔던 십 수명의 매그넘 사진가들은 저마다 매그넘 코리아 사진집의 내용을 궁금해 했다. 자신의 사진 중 어떤 것이 책에 들어가는지, 또 전시장에 걸리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7월 초에 사진집이 나와 각국에 흩어진 사진가들에게 전달이 되었을 터이니 지금쯤은 책에 실린 사진에 대해선 알고 있겠지만 전시회의 내용은 모르는 이들이 아직 더 많겠다.

개막식 테이프를 끊었던 이언 베리와 전시장을 돌면서 사진 선택에 관한 그의 반응을 엿봤다. 아시다시피 작가전엔 남대문 사진들만 걸려있다. 전시장을 돌고 돌아 테마전에 이르러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뭔지 물어봤더니 얼음낚시를 하는 장면을 골랐다. 뜻밖이란 생각이 들었다.

통상 사진가들은 전시회나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훨씬 많은 사진을 편집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관례다. 이 과정에서 깊숙이 개입해 사진 선택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편집자나 기획자의 고유권한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신문이나 잡지에 사진을 게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10장으로 구성되는 한 편의 포토스토리를 위해 몇 장의 사진을 마감할까? 최소 100여장은 넘겨주는 것이 관례다.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이 사진들을 ‘주물러’ 한 편의 이야기를 꾸려내는 것이다. 독일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슈테른>에서 오랫동안 사진가로 일했던 토마스 횝커도 사진선택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남겼다. 고작 어깨너머였긴 하지만 편집자가 사진을 만지는 동안 가끔 개입할 기회도 있었다고 한다. 토론도 가능했지만 최종 순간엔 늘 전설적인 선임편집자 헨리 난넨의 한마디로 종지부를 찍곤 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최종 결과물을 보면서 거의 80% 이상 불행했다. 요리사가 많으면 관점도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어떨 땐 글을 쓰는 기자가 자신의 글에 딱 들어맞는 사진이라면서 선택에 끼어드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가 집어든 사진은 아주 지저분한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사진선택의 결과물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이야기다.

그랬던 토마스 횝커가 나중엔 선임편집자의 자리에 올라 사진가들의 사진을 ‘주물러’ 포토스토리를 만들게 되었다.

“나는 사진가와 글을 쓰는 작가들과 토론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진가들은 결과물에 대해 실망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편집자의 고충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장이 바뀐 횝커의 고백이 능청스럽다.

카메라만 보면 V자 손가락 포즈 취해 곤혹

다시 무대를 바꿔 파리의 파티장. 사진집의 표지로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을 담은 토마스 횝커의 사진이 선택되었다고 전하자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실망하는 사진가도 있고 무관심하는 척하는 사진가도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좋아하는 이는 당연히 토마스 횝커였다.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도 자신의 사진을 꼭 쥐고 흡족해하던 그의 모습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서울을 찾은 토마스 횝커는 7월27일 예술의 전당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자신의 대표작을 보여주며 사진에 얽힌 사연들을 설명했다. 9.11 테러 당시의 사진, 신병훈련소의 미군 해병, 사진만 찍은 것이 아니라 식량과 의약품 등을 보내 줄 수 있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에티오피아의 기아사태, 전통적인 우산과 플라스틱 우산 사이의 대비를 보여준 일본사진 등 한 장 한 장에 담긴 내용을 천천히 그리고 재미있게 보여줬다. 한국에서의 사진작업은 대단히 만족스러웠으나 카메라를 보기만 하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도대체 그런 포즈는 누가 발명해낸 것인지 궁금하다고 가벼운 어조로 농을 하기도 했다.

표지로 선택이 되어 매그넘코리아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진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냈다. “이 사진에 대해 질문이 많은데 그냥 즉흥적으로 찍었을 뿐이다. 그 안에 담긴 것에 대해 깊은 의미 부여를 먼저 해두고 찍은 것이 아니다. 물론 나중에 선별작업을 할 땐 의미 부여를 하게 된다. 사진은 그런 것이다.”라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미지 홍수시대…품질은 하향평준화

 유머와 여유가 있어 지극히 편하고 즐거웠던 강의였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여기까진 다른 이들의 사진강연회와 별 차이가 없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이어진 두번째 강연의 내용은 지금까지 접해본 그 어떤 강의와도 다른 신선한 것이었다. 우선 니엡스부터 시작해 사진의 역사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에 이어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한 종이매체의 몰락과 그 여파를 언급했다.

매그넘은 창설 이래로 지금까지 약 40만 장의 디지털 사진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매그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코르비스(빌 게이츠 소유)는 약 1억 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진 이미지회사도 누리꾼이자 생활사진가들에겐 상대가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의 숫자가 무려 30억장에 이른다고 한다. 그야말로 우리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일흔두 살의 토마스 횝커가 직접 검색하고 막대그래프까지 만들어서 보여주는 자료는 일목요연했다. 코르비스의 연간 수입은 약 2억5천만 달러이지만 1989년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게티이미지의 경우 2007년 수입이 약 8억5천만 달러이지만 전년 대비 31%의 하락을 보이고 있어 마침내 2008년 매각을 발표했다는 이야기 등을 이어나갔다. 이런 공룡들의 틈바구니에서 매그넘은 기적적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욱 문제가 될 것인데 이미지의 홍수 시대는 대세이며 거스를 수 없지만 사진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제 60명 매그넘의 사진가들은 다른 사진 전문가들과 더불어 수백만 명의 아마추어사진가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갈수록 전문 사진가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 동남아를 강타했던 쓰나미의 경우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현지의 바닷가에 있던 여행객들이 휴대폰 카메라나 콤팩트 디카 등으로 현장을 기록해 인터넷에 사진을 올렸고, 그 사진이 주요 통신사와 언론의 인터넷 사이트에 뉴스 사진으로 등장했다. 그 순간에 유럽과 미국의 전문 사진가들은 뉴스를 접하고 카메라를 챙겨 겨우 뉴욕이나 파리의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던 중이라는 것이다.

가슴을 울리는 것이 있어야 좋은 사진

이어진 질의응답과 프린트 시연까지 횝커는 시종 성실하고 유머를 잃지 않은 채 행사를 이어갔다. 분단국가 독일 출신답게 한국의 남북 대치 상황과 통일의 전망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 통일 후 20년이 흘렀지만 아직 완벽한 형태라고 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같은 독일어를 쓰면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인내와 희생을 감수하면서 차이를 좁혀나가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의 이야기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했다. 좋은 사진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횝커는 이렇게 답했다.

“(보는 순간) 내 가슴을 울리는 것이 있어야 좋은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자세히 말하자면 다음의 두 가지 요소가 반드시 동시에 충족이 되어야 한다. 하나는 리얼리즘이다. 사진 속에 담긴 내용, 즉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외형이다. 구성, 구도 등의 측면에서 아름다워야 하고 전체의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

 
다음날 28일 다시 횝커를 만났다. 서울에서 사진을 찍을 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어떤 장소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활기찬’ 곳이면 어디나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명동으로 안내했다. 편한 기분으로 찍겠다면서 콤팩트카메라 하나만 달랑 들고 나온 그는 12시가 가까워 오자 사람이 붐비기 시작하는 명동거리의 이곳저곳을 성큼성큼 다니면서 셔터를 눌렀다. 주저함이 없었다. 외국인이고 덩치도 큰데다가 나이도 지긋한 것이 장점인지 거리에서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파인더 속에서 편하게 등장했다. 딱 한번 남대문 시장에서 점심을 먹는 중년의 아낙네들이 손을 내저으면서 거부의 뜻을 전해왔다. 어떻게 대처하나 보고 있었더니 같이 손을 흔들어 주고 웃으면서 슬그머니 물러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찍은 사진을 트리밍하는 법이 없다는 그이므로 유심히 프레임구성을 봤다. 역시 관찰력이 대단했고 한번 발견한 대상은 계속 뒤를 쫓았고 어떤 곳에선 장소를 발견해두곤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도 했다. 시장통에서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던 젊은 여성을 찍으려고 파인더를 보며 셔터를 막 누르던 순간, 왼쪽에서 불쑥 어떤 남자가 프레임에 뛰어들었다. 어깨 너머로 보니 사진의 절반에 그 남자가 들어왔다. 횝커는 겸연쩍은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돌아섰다. 중복을 하루 앞둔 어느 닭집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고, 시청 앞 분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한동안 프레임에 옮기기도 했다. 매그넘 코리아 프로젝트에서 그가 맡았던 테마는 교육이었지만 쉬는 날에도 늘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 부지런함이 사진집의 표지사진으로 이어졌듯 가벼운 서울나들이였지만 뭔가를 찾으면서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은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곽윤섭 한겨레 사진전문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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