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을 카메라로 한번이라도 찍어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알 것이다. 거리에서 누군가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은 용기와 도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또 이미 아주 많은 사진가들이 거리 사진을 찍어 왔기에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해야만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상의 한순간을 개성 있게 포착하는 3인이 있다. 조용한 사색과 감성의 산책가 ‘최승희’, 화려한 도시를 그만의 컬러로 표현하는 ‘이윤환’, 지하철 속 14분간의 삶을 담는 ‘윤종현’. 각자의 방식으로 삶 속 스치는 인연들을 기록한 이들의 사진을 소개하고 그들만의 사진 촬영 노하우를 들어 본다. 그리고 사이트 정보와 함께 거리 사진에 있어서의 초상권과 인권 문제를 전문가를 통해 살펴본다. 이제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당장이라도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거리로 나서 보자!

이야기가 있는 풍경속을 거닐다_최승희


사람 사는 풍경은 저마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들만의 지난 역사와 인간들의 질퍽한 삶, 신화와 동화 속의 배경이 되어 찬란하게 우리 곁을 지켜 온 서로 다른 모양새의 낯선 풍경들. 지난 몇 년간 유럽과 인도에서 만난 전혀 닮지 않은 풍경들은 나를 새로운 이상의 세계로 인도해 주었다. 연금술사에 등장하는 유럽의 원정길, 산티아고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가다가 느닷없이 사막의 전설을 담고 있는 라자스탄의 바람 내음을 맡는다. 여행은 인간들에게 그렇게 풍경을 보여 줌으로써 마음을 정화하고 새로운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는 아가미를 창조해 준다. 비록 여행의 추억이 묻어나는 지나고 바랜 사진들이지만 혼자서 그 풍경 속에서 그렇게 서 있어 보기도 했고, 뇌를 뜯어 나를 새롭게 고쳐보기도 했다. 오늘도 사진 속 풍경은 나에게 말한다. “풍경은 꽉 차 있지만 여전한 비움이다. 그것은 강요도 아니고 부딪침도 아니며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동화와도 같은 어떤 사연이다. 오로지 풍경들은 스스로 느껴 본 또 다른 사연의 한 조각일 뿐이며 주인공의 삶은 그렇게 숨 가쁘게 어디론가 달려가는 여행일 수밖에 없다.”

interview

1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촬영 기간은?
2 사진을 통해 무엇을 보여 주고자 하나?
3 주로 사용하는 장비를 소개해 달라.
4 인물 촬영 시 사전 동의를 구하는지?
5 촬영 후 곤란한 상황을 겪은 적은 없는가?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6 자신만의 촬영 노하우가 있다면?
7 평균 촬영 양과 빈도수는?
8 추천 작가나 사진집이 있다면?
9 자주 가는 장소를 몇 군데 소개하면?
10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최승희]

1 제 홈페이지가 만들어질 때 즈음이니까 10년이 조금 못 되었네요. 거리 사진을 찍게 된 데는 성격적인 면이 많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저는 앞으로의 미래보다는 추억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입니다. 어릴 적 풍경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고, 낯선 도시 서울에서 그 흔적을 찾아 헤매곤 했죠. 아마도 그게 시작이었다고 봅니다. 당시에는 필름으로 많이 기록했는데, 일하는 시간 빼고는 늘 걸어 다니며 필름을 소비했으니 10년간 꽤 많은 기록물들이 있는 셈이죠.


2 사람 사는 풍경들이죠. 사는 모습이 변화되고 세련되어질수록 일상의 풍경에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담은 더 높아지고 골목에서 아이들은 사라졌습니다. 이웃들은 서로 알지 못하게 되었고 아파트는 초고층으로 변화했어요. 전 그러한 풍경 속에서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예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즐거움, 우리 일상에 대한 추억으로의 회귀 말이죠.


3 제가 애용하는 카메라는 라이카와 핫셀블라드 X-pan입니다. 라이카는 M3와 M6를 상황에 따라 번갈아 사용하고, 파노라마는 줄곧 X-pan을 사용했습니다. 슬라이드 필름은 후지 벨비아와 코닥 E100vs를 가장 선호하고 흑백으로는 코닥 Tri-X 400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4 보통 거리 사진을 촬영할 때 인물은 주제와 부제로서의 역할로 파인더에 잡히는데 주제로서 인물을 촬영할 경우에는 반드시 허락을 받습니다. 그 사진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상황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죠. 다만 광각 촬영의 경우나 부제로서 인물이 등장할 때는 상황마다 매번 허락을 받고 촬영할 수는 없습니다.

5 한번은 재개발 지구에서 촬영을 하다가 시위하는 주민들을 만난 경우가 있었죠. 나름대로 만족스런 사진들을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필름을 빼앗긴 적이 있습니다. 이럴 땐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서 보여 주고 온전하게 필름을 회수한 적이 있습니다.


6 되도록 망원을 쓰지 않습니다. 표준 렌즈를 사용해 가능하면 피사체에 한 걸음 더 접근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대화를 하게 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촬영이 목적인 경우가 아닌 바에야 공치는 날이 많더라도 한 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 저에겐 더 중요한 일이니까요.


7 늘 한결같지는 않습니다. 한 번의 여행에서 많은 기록을 만들 때도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출사를 하기도 합니다. 일 때문에 몇 달 동안 카메라에 손도 못 댈 경우도 있죠.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찍느냐보다 그 작업이 지속성이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8 요셉 쿠델카Josef Koudelka의 모든 사진집을 추천합니다.


9 서울 창신동 골목, 서울 중계 본동, 서울 녹천역 마을.


10 많이 걸어 다닌 만큼 좋은 풍경이 보입니다. 여행하듯이 골목을 걸어 보세요.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어야 합니다. 사진 속에 이야기를 담으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죠.



 최승희 | 프리랜스 사진가&방송 작가  http://www.damoto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