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작전
이경성 (국립현대미술관장)
현재 뉴욕에 살고 있으면서 국제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판화가 황규백은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미술가 중 한 사람이다. 그에 관한 20년간의 활약상 즉 1968년부터 88년까지의 20년전은 이미 1989년 8월에 현대화랑에서 개최한 바 있고 그에 관한 화집이 이미 나와 있어서 정리된 바 있다.
황규백이 우리나라에 처음 판화가로써 발을 붙인 것은 1974년 8월 한화랑에서 개최한 「황규백판화전」에서부터이다. 이때의 작품은 그 이전의 작품 즉 1969년 또는 1973년 등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전시되었다. 그 다음은 1978년 5월 현대화랑에서 개최되었고 1982년 5월에는 선화랑에서, 85년 10월과 88년 6월에는 현대화랑에서, 그리고 89년 8월에는 "황규백판화 20년전"이 현대화랑에서 개최되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 캐달로그에 "황규백의 예술"이라는 주제하에 꾸준히 논평을 써 왔다. 뿐만 아니라 1년에도 몇 번씩 뉴욕에 있는 그의 화실을 방문하고 작품제작은 물론 그와의 인간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나로 하여금 황규백의 인간과 예술을 쓰는데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는 자격을 획득했다. 91년 5월에 다시 현대화랑에서 전시를 갖게 되었다. 여기에는 88년에서 현재까지의 신작들만 모은 것이 특색이다.
늘 얘기하는 바이지만 판화가 황규백의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장 깊은 곳에 잠재해 있는 정감을 끌어내는 그러한 작품이다. 그것을 굳이 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우미의 세계의 실현"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이상의 것으로 만드는 힘이 그에게는 있다. 그의 작품은 격정과 특수한 것의 표현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생활의 어느 구석구석에 다소곳이 있는 그러한 미의 세계를 찾아내서 그것을 아무 부담없이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자연형태를 재현하고 있기에 사실 또는 구상의 수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른바 자연주의자들이 재현하고 있는 사실과는 달리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하는 초현실적인 자연인 것이다. 그와 같은 초현실적인 수법은 보통 상식의 선을 넘어서서 대립되는 개념과 전혀 무관계한 물체들이 하나의 공간속에 공존함으로써 이상한 매력적인 분위기를 창조해 낸다. 그가 즐겨서 그리는 걸상이나 우산 그리고 악기 같은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삶은 없고 그 물체만 있어도 우리는 인간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판화가 황규백은 간접적인 방법으로써 인간의 존재와 그를 에워싸고 있는 물체와의 관계를 단순명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번 근작전에도 그가 즐겨쓰던 주제 즉 바이올린과 코스모스, 악보, 잔디, 우산, 새, 앵두, 걸상, 보자기 등을 표현하고 있으나 구도나 물체와의 관련성을 새로운 각도에서 시도하는 바람에 그전의 작품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의 안정을 얻게 하는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친한 벗과 같이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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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백(黃圭伯)
1932 부산 출생
1968 파리의 에콜 드 루불, S. W. 헤이타 17 공방에서 수학
개인전
1970 보니턴화랑(시드니)
오파베화랑(파리)
1975 브렌타노(뉴욕)
프린트그룹(필라델피아)
옥스퍼드화랑(영국)
우그스트화랑(뮌헨)
프레드리크슈타트(노르웨이)
1976 비카·쿤스트화랑(노르웨이·오슬로)
1977 매트로·콩땅포랭(프랑스·액상푸로방스)
1978 락포드대학화랑(일리노이스) / 아티산느리 (프랑스·다종)
해리스화랑(텍사스)
1978 85, 85, 88, 91현대화랑(서울)
출처 : http://art500.arko.or.kr/hwangkyub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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