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에 대한 컬럼을 시작하면서 가장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동네에는 카메라가 무척 귀했던 것 같다. 집안에 카메라가 없어서
부모님께서는 다른분의 카메라를 빌려와서 흑백사진 몇장을 나의 형제들에게
찍어 주셨고, 그사진의 담겨진 오묘한 맛은 뭐라 형형할 수 없는 빛의 아름다움과 어린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사진을 오랜시간동안 보와 오면서 사진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불쑥 들게 한것은, 한참 고3의 입시지옥을 벗어난후 훌훌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카메라 가방대신에 나무로된 화구박스를 들쳐메고서 바다가를 여행하면서 느낀점은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고 싶지만, 그대로 모든것이 있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카메라가 필요했고, 당시로서는 매우 비싼것으로 보여왔던 야시카 일렉트로 35 GSN을 집에서 몰래 가지고 나왔다.
누런색의 렌즈가 무척이나 독특했고, 상판에 빨간불 노란불이 들어오는게 최신형 카메라임을 입증이라도 하고 있었던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진은 언제나 잘나왔다. 그리고 후에 흑백사진을 찍을때에도 노출보정이 없어서 불편하였지만, 늘 좋은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대학생활 내내 있는 집안의 자식들이 들고 다니던, 니콘FM2와 펜탁스 MX, 캐논 AE-1등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정말 SLR카메라들이 쓰고 싶어서, 대학신문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니콘 FM2를 두대나 요절을 내 먹으면서 신나게 쓸수가 있었다.
한번은 데모사진을 찍다가 경찰과 몸싸움중에 카메라가 부서지고 말았다.
또, 한번은 암실에서 필름을 커팅하다가 셔터막을 가위로 자르고 말았다.
아무튼 사진은 대학생활로 만족되지 못하여, 군대에서도 펜탁스 MX 카메라를 들고서 발발이 처럼 뛰어다니는 사진병이 되었다.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게되면서 황학동은 클래식카메라에 대한 욕구충족의 기회가 되었다. 월급은 거의 90% 이상이 카메라 수집에 소요되었고, 사가지고 와서 촬영해보고 사진이 잘 안나오면, 다음주에 카메라를 가져다 주고 다른 것을 바꿔오기를 몇 수십번을 해왔다.
종로와 을지로, 충무로에 있는 카메라 샵에 있는 특이하고 멋진 카메라가 언제나 나의 눈에 띄였는데, 번쩍거리는 크롬색의 매우 작은 바디를 가진 카메라였다. 모든 중요한 버튼과 레버는 모두 위에 올라와 있었다.
처음 만져본 촉감은 매우 부드러웠고, 묵직한 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놈이 아마도 라이카 lllc쯤이나 되었을 것이다.
이후, 라이카에 대한 공부와 열정은 시작되었고, 몇년이 한참 지난후에서야
가질수 있었다.
그러나 사진은 카메라로 찍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학시절 사진에 매료되어 전주시내와 인근을 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만큼 열심히 다녔다. 그때의 정열이 사진을 보는 눈을 키워줬고, 손에 쥐어진 야시카 일렉트로 35가 최상의 카메라 이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15년이 된 지금 생각해보와도 라이카 M4보다도 소중한 카메라는 야시카 일렉트로 35였다.
외국에서는 가난한 사람의 라이카라고 불리우는 야시카 일렉트로 35에 대한
향수는 나의 클래식카메라의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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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석
멋져여.....^^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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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길
저도 나름대로 가난한 자의 카메라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카메라 가게나 전파사 등의 쇼우윈도우안에 있던 코비카 카메라가 그렇게 갖고 싶었습니다. 물론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매달 어린이 잡지에 실리는 소형 필름용 스파이 카메라와 같은 크기의 카메라도 저에게는 인연이 없더군요.
국민학고 6학년 때에 집에서 훔친 만원으로 몇 천원짜리 대만제 카메라를 사긴 했지만 결코 사진을 뽑아보지는 못하고 집에서 장난감처럼 가지고 좋아하기만 했습니다.
86년 쯤에는 미대 다니던 큰 형을 위해 작은 이모가 캐논 G3 QL이란 중고 카메라를 주었는데 형이 하루는 택시에 두고 내리면서 그것도 저와 멀어졌습니다.
97년도엔가는 청계천의 어느 카메라 샵에서 중고 보급형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를 몇 만 원인가 주고 샀는데 '셔터를 누르면 렌즈가 흔들리고 전지는 쉽게 방전이 되더군요.' 몇 번의 수리 끝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주인은 결코 환불을 안 해 주더군요. '그 샵의 직원 한 말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렌즈가 흔들린다고 사진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때의 좋은 않은 기억과 이후의 여러 카메라상, 수리상들을 만나면서 한 경혐들은 많은 카메라상들이 '중고도 좋고 일단 팔아보자'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각인되게 만들었습니다. 렌즈가 완전히 망가지 카메라를 산 기억하며 카메라 수리를 맡겼는데 렌즈 캡이 없는 카메라를 다른 카메라들사이에 처박아 둔 기억하며 '그들은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은 전혀 없는 그저 장사꾼들'에 불과했습니다.
98년도에는 엄청나게 고생하며 번 돈으로 거금 180만원을 주고 엑삭타66 카메라를 샀는데 저에게는 맞지 않는 카메라였습니다. 렌즈는 최고급이었지만 미러 쇼크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파인더 위에 물담은 컵을 올려놓고 촬영해 보니 컵이 겁나게 흔들립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카메라를 가지고 싶어하고 사진을 찍고 싶어했는데 결국 그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도 나는 독일에서 직수입한 신품 칼 자이스 예나 80mm 비오메타 렌즈가 달린 마미야645E를 가지고 나가기 전에 이 글을 올립니다. 그렇게 카메라와 렌즈를 가지고 싶어 오랜 세월 꿈 꿔 왔는데 이제는 평생 쓸 계획으로 독일제 렌즈를 여분으로 몇 개씩 박스에 담아 놓고 살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꿈인가 생신가 생각도 듭니다.
이 모든 게 어렸을 때, 또 돈 없을 때에도 좋은 카메라와 훌룽한 사진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기 때무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http://www.buycame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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