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여름, 2030 작가들이 화랑가를 점령했다. 마치 ‘젊은 미술가들이 아니면 미술동네에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 정도’로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전이 줄을 잇고 있다. 예년같으면 홍대앞 대안공간에서나 다룰 만한 20대 작가들의 실험적인 그림과 조각들이 강남과 강북 갤러리에서 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대표 김종길)는 최근 작품공모및 추천방식을 통해 재능있는 젊은 작가군을 뽑는 프로젝트 IYAP(이얍:인터알리아 영아티스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선발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미술시장을 주도할 뉴 리더’로 키운다는 게 인터알리아측 복안. 또 컬렉터에겐 약간의 위험이 따를 수도 있지만, 남보다 앞서 신선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점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선정된 작가 18명 중 노광미(25)는 올해 추계예술대 서양화과를 갓졸업했고 지한나(24), 현주(24), 윤현정(24), 이림(26), 강민영(26), 김민주(26), 박은선(28), 신지현(26), 이연미(27), 임광혁(27), 이진주(28) 등 대부분의 작가가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대학원을 막 마친 신예들이다. 장재록(30), 이재훈(30), 배경철(30), 서상익(31), 이소윤(30), 정상현(36) 등 6명을 빼면 모두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새싹들’인 것. 이들의 작품은 26일부터 9월12일까지 ‘IYAP(이얍)2008, Mapping the Future of Art’란 타이틀 아래 일반에 공개된다.
18명 신예작가들의 공통점은 ‘나를 중심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다’는 점. 흑과 백의 논리라든가 정치적 지향점이 중요하지 않은 지금, 이들 2030 작가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 시점을 그들만의 눈으로 보고 있다. 즉 작품을 통해 세상을 그들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현실에서 살짝 비켜간 이상향을 그리면서 문제의식을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 것.
특히 일상공간을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 실현불가능한 인물이나 동물을 재치있게 배치하는 서상익과 남다른 상상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무대처럼 풀어낸 이진주의 작품은 신선한 매력을 뿜어낸다. 인터알리아의 김인선실장은 “되도록이면 전시경험이 적은, 풋풋함을 지닌 작가들을 뽑고자 했다”며 “이들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흐름을 비교적 잘 드러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인사동의 관훈갤러리도 젊은 작가전으로 제2 출발을 선언했다. 관훈갤러리의 2세대 CEO인 권도형대표는 새로 화랑대표를 맡아 ‘지각과 충동’전을 꾸몄다. 1980년대생 작가를 중심으로 2030 젊은 작가 28명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을 한데 모은 것. 권 대표는 “요즘 수집가들은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기념전까지 찾아다니며 작품을 골라내는 예가 많은데 보다 새롭고 감각적인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서초동의 갤러리보다도 ‘젊은 작가 공모전’을 벌여 당선된 정지영, 김의식, 이승주, 박천욱 등의 개인전을 8월28일부터 차례로 개최하는 등 요즘 미술계에선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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