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팝아티스트 키스 해링(1958~1990)은 낙서 같은 그림으로 유명하다.

만화처럼 매우 단순한 선으로 이미지를 만들지만 인종차별 반대나 탄생과 죽음, 사랑과 성, 전쟁 등 사회적 문제에 접근한다. 그러나 모든 작업은 ‘대중과의 소통’으로 연결시켰다. 작품은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에 선보인 애니메이션부터 극장이나 클럽의 세트, 배경 디자인, 스와치 시계 디자인, 보드카 광고, 세계 수십 개 도시의 자선단체와 병원, 어린이센터, 고아원 등에 50개 이상의 벽화와 공공 작품을 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뉴욕과 암스테르담, 런던, 도쿄, 보르도의 박물관을 비롯해 여러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워크숍도 열었다. 문맹퇴치 프로그램과 공공서비스 캠페인을 위한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86년에는 팝숍을 열어 T셔츠와 장난감, 포스터, 배지 등을 판매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가까이 접하게 하기 위함이다.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화면 중앙에 크게 자리한 붉은 하트 밑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어깨를 감싸는 모습으로 87년에 제작됐다. 차별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어가는 아기 형태도 잘 알려져 있다. 지하철 낙서 시절 가장 자주 사용한 이미지로 ‘빛나는 아기’란 이름을 달았다. 간결한 윤곽선으로 아기의 형상을 단순화하고 동작선을 통해 빛을 발산하는 모습을 전달하고 있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1928~1987)을 상기시키는 선글라스와 가발을 착용한 모습의 ‘앤디 마우스’도 눈에 띈다. 해링은 예술적 멘토이자 친구인 워홀을 위해 ‘앤디 마우스’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동성애자였던 해링은 88년 AIDS 진단을 받은 뒤에도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전시회를 갖는 등 예술 활동을 더욱 활발히 지속했다. 89년 ‘침묵=죽음’이란 작품에서는 AIDS에 대한 무관심과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해링은 90년 31세의 젊은 나이에 AIDS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죽기 1년 전인 89년 설립된 키스해링재단이 AIDS와 어린이들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서울 방이동 소마미술관은 해링의 사망 20년을 맞이해 ‘팝아트 슈퍼스타, 키스 해링’전을 17일부터 9월5일까지 연다. 해링의 분야별 대표작 판화 130여점과 영상자료, 조각 등 150여점을 소개한다. 02-410-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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