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사진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구조들의 면모를 폭로한다. 사진은 육안으로 본 것만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덧붙여서 눈으로 보지 못하는 모든 것을 보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완전한 인간의 눈보다는 사진의 눈을 더욱 신뢰 한다. 사진의 발명이 가져다준 혁명은 바로 이것이다.
 
사진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실증주의 철학의 정신을 이어받아 매우 실용적으로 혹은 광신적으로 이용되어져 왔다. 인간의 시각을 벗어난 곳(너무 가깝거나, 너무 먼 거)은 말할 것도 없고,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 감춰진 곳, 투명한 곳, 자취를 감추는 것, 심지어는 영혼까지도 보고 싶어 했다.

모든 것을 본다는 이 환상(속을 보고, 정신을 보고, 심지어 그 기원까지도 보려는)욕망은 결국 사진에 엄청난 지위를 선사 했다. 사진으로 보는 것은 곧 믿는 것이다

사진으로 찍혀진 것이라면 무모할 정도로 믿어버리는 습성은 다름 아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를 가시적으로 들어내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진이 인간의 욕망을 완벽히 충족시켜준 것은 아니었다. 사진발명 당시 그 어떤 매체보다도 사실적인 묘사능력이 뛰어나기로 소문났지만 정작 움직이는 사물은 고정시킬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어떤 비평가는 “사진은 기억의 도움 없이는 결코 묘사될 수 없다.”고 단언하기 까지 했는데, 이를테면, 사진이 움직임의 정복을 하기 전까지는 진정한 객관성을 담보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1830년 영국의 킹스턴어폰템스(Kingston-upon-thames)에서 태어난 머이브리지는 동물의 동작 연구로 대표되는 일련의 사진들을 제작하여 인간이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한순간의 움직임을 아주 세밀하게 찍은 최초의 사진가이다.

그는 1852년 미국으로 이주해서 요세미티 계곡 사진으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고, 미국 철도부설의 개척자인 스탠퍼드 에게 달리는 말의 다리동작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일설에 의하면 스탠퍼드는 당시 말의 다리동작의 모습을 가지고 내기를 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소문에 따르면 그는 말에 관한 책을 집필 중 이었다고도 하며, 어떤 사람들은 그가 프랑스의 생리학자인 에티엔느 쥘 마레이(Etienne Jules Marey)가 언급한 몇 가지 이론을 입증하려는 노력을 하던 중이었다고도 한다.

마레이는 머이브리지가 동물의 동작을 찍은 초기의 사진을 보고 영향을 받아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는 하나의 네거티브에 연속되는 영상을 기록하는 크로노포토그래피(Chrono-photography)발명해서 머이브리지 동작 사진보다 개선된 동작 연구 사진을 내놓는다.
 
1872년 머이브리지는 스탠퍼드가 소유한 가장 좋은 말이던 옥시던트(Occident)를 대상으로 말이 달릴 때 네 개의 다리가 어떤 모양인지를 보여주는 최초의 순간을 찍은 사진을 만들었다. 이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은 이제 까지 화가가 그린 말달리는 그림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은 그의 불행한 개인적인 사건으로 잠시 동안 중단되고 말았다. 머이브리지는 그의 부인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되었고, 켈리포니아의 법정에서 무죄의 선고를 받았으나 수년 동안 미국을 떠나 있어야 했다. 1877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부터 스탠퍼드의 팰러 앨토 목장에서 전에 했던 실험을 계속하게 되었다.
 
이 실험은 말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12대의 카메라를 각각 2피트 간격으로 배열해놓고, 말의 움직임에 따라 길옆에 놓인 가느다란 전선이 각각의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방법이었다. 정지된 동작은 1000분에 1초에서 2000분에 1초에 달하는 순간의 기록이었는데 이는 인간의 유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그는 말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분석한 일련의 사진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의 몇몇 과학학술지에 게재되었다. 머이브리지는 24대 이상의 카메라와 이를 작동시키는 전기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동물과 인간의 동작을 분석하는 일련의 실험을 계속했다.

동물과 새 그리고 인간의 연속동작에 대한 그의 연구는 여러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으며, 그중 가장 방대한 것은 187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후원으로 출판된[동물의 움직임Animal Locomotion]이라는 11권으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1878년 머이브리지는 프랑스의 주간 과학지에 사진을 게재하는 기회를 통해 마레이와 접촉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1881년 파리를 방문하게 되었고, 파리에 있던 마레이의 실험실과 화가인 메소니에(Meissonier)의 작업실에서 그들에게 자신의 방법과 이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라는 장치로 그의 사진을 투영해서 보여주었다. 순간순간의 사진들을 빠르게 연결시켜 물체가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이 장치는 영화적인 효과를 만들어낸 최초의 발명이었다.

그의 사진은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련의 사진을 연속적으로 투영하는 이러한 방법은 이제까지의 공간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의 파괴였으며,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경향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당시 인상주의 화가 중 동작에 대한관심이 컸던 드가는 머이브리지의 작업을 본 이후에 몇 장의 그림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목적은 대상을 그림의 모델로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생생한 동작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과 움직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갖는 한계 사이의 차이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한다.

현대 회화는 머이브리지의 사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움직에 대한 인상을 그리려고 한 것 뿐 아니라 입체파의 시공간적인 새로운 시각의 확장 미래파의 역동적인 묘사 그리고 다다이스트들의 실험적인 형식의 파괴 등에서 잘 나타난다.

최근에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 많이 등장하는 머이브리지의 사진들을 보면서, 더욱 정적인 시각 이미지 매체를 다루는 예술가들이 가지는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사진은 놀라울 정도로 인간이 보지 못하는 순간을 정지시키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미 인간의 시각을 초월한 이상한 그림이다. 즉 사진에 찍혀진 순간은 지나치게 정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우리의 경험 밖에 있는 현상인 것이다. 머이브리지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의식하고 동작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각각의 순간을 정지시킨 사진들을 연결시켜 몽타주 효과가 나도록 만들었다.
 
 
글: 이영욱(중국 연변대학교 사진가 교수 bonda@intize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