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주목한 ‘매그넘의 흑인’
‘자기만의 시각’으로 스타 포착

 
 
일라이 리드는 매그넘 사진가 중 유일한 흑인이다. 그는 아주 어렵게 신문사 사진기자가 됐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신문사가 창간될 때마다 호시탐탐 이력서를 보냈지만 흑인이란 사실 때문에 무려 7년간 한 군데서도 연락이 오질 않았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가 미국내 흑인들의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이런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탄자니아에 있는 르완다 난민의 참상, 미국 십대 임산부의 애환, 수단 내전으로 인한 2만여 전쟁고아 소년들의 이야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등 마이너리티에 대한 사진작업을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해 왔다.

많은 다른 사진가들처럼 일라이 리드도 '인간가족' 전시회를 보면서 사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인간가족'은 1957년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서 시작돼 전세계를 거치면서 1천만 명 가까운 관람객을 끌어 모았던 세기적인 사진전시회다. 사진가이자 현대미술관의 사진부 책임자였던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인간의 생로병사를 테마로 삼아 전세계에서 2백만 장의 사진을 모은 뒤 그 가운데 엄선된 503장의 사진들로 꾸민 전시회다. 일라이 리드는 "인간가족의 사진들은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지구촌의 다른 인류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술회한다.

그는 흑백에 애착을 갖고 있다. 베이루트의 분쟁지역에서 컬러사진 작업을 할 때도 그는 흑백필름이 든 카메라를 함께 휴대하고 다녔다. 일을 위해선 컬러로 기록했지만 틈이 나면 개인적인 메모 차원에서, 혹은 자신의 마음을 달래는 용도로 흑백을 사용했다. 그래서 컬러사진은 절제된 방식으로, 흑백사진은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아무리 긴박한 상황이라도 늘 여유를 지녀야 한다는 그의 사진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한국에서 영화와 연예산업 전반을 다뤘다. 1991년부터 할리우드에서 스타들의 사진과 영화 스틸 사진을 촬영해온 그의 경력을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전시장에선 이명세 감독, 영화배우 송혜교, 강동원, 하정우 등의 사진과 함께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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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것, 달라 보이는 것을 찍어라”
                                                -  일라이 리드 인터뷰(2006년 12월 서울)

- 과거부터 현재까지 쟁쟁한 사진가들이 매그넘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는 누구인가.

= 매그넘 사진가들은 모두 훌륭하고 우리는 서로를 존경한다.

- 그중에서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 브루스 데이비드슨의 사진이 좋지 않나.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최근에 작고한 레오나드 프리드의 사진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매그넘의 사진가들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다. 중요한 것은 매그넘 사진가는 모두 열심히 작업한다는 점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올 매그넘 파티엔 당신에게 초청장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군가 말하더라.

(브루스 데이비드슨은 1961년부터 1965년 사이에 벌어졌던 미국의 흑인인권운동을 기록해 라는 사진집을 냈다. 레오나드 프리드는 1962년 장벽이 설치되는 것을 찍기 위해 베를린으로 갔다가 거기서 한 흑인미군 병사가 근무를 서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미국 국내에선 흑인들이 민권문제로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독일에선 흑인병사가 미국을 수호하기 위해 서있었던 것이다. 프리드는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뉴욕, 워싱턴, 남부 등을 다니면서 미국 전역의 인종차별 현장을 기록했고 1968년에 사진집 를 펴냈다.) 

- 사진을 잘 찍는 법은 무엇인가.

= 전에 본 적이 없는 처음 본 것, 달라 보이는 것을 찍어야 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만을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늘 주변에 있어 친숙한 대상이라도 어느 순간엔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지는 상황이 나를 붙잡는다. 그런 생경한 것을 찍어내는 게 좋은 사진이다. 처음 방문하는 나라, 지역에서 가면 비행기에서 내린 뒤 시차를 극복하려고 잠부터 자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자고 나서 사진을 찍으면 몸이 적응을 한다. 나는 몸이 적응하기 전, 철저히 낯선 이방인의 몸 상태에서 바로 사진을 찍는다. 새로운 접근을 하는 방법의 한 가지다.

- 지금 한국에선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된 뒤로 사진의 부흥기가 오고 있다. 수많은 생활사진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주로 디지털을 쓴다니 다행이다. 많이 찍을 수 있으니 많이 눌러라. 베끼지 마라. 남의 사진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까이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왼쪽으로 한 걸음 옮겨보고, 앞으로 또 한 걸음 옮겨봐라. 당신의 사진이 바뀐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 (너무 평범한 조언 같아서 뭔가 또 다른 비결이 없을까 싶어 다시 물어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면 또 무엇이 필요한가.

= 자신만의 시각을 갖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사진기자를 시작하고 세 번째 몸담은 신문사가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였다. 당시 그곳의 사진부장이었던 에릭 메스카우스카스는 다른 사진가들과 달리 나에게 나만의 시각을 주문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