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진관. 장안의 화제인 건물. 계속 지켜보다 어제야 설계자에게 전화했다.

“문훈 소장이시죠.”

“예. 누구시죠."

“저 이용재덴 들어 보셨나요.”

“그럼요. 딸과 다니시는 분이죠.”

홍대 정문 앞을 찾았다. 참 그야말로 독특한 건물이다. 듣도 보도 못한 상상력의 디자인. 괴짜겠군. 상상사진관 답사를 마치고 역삼동 문훈 발전소를 찾았다. 안세병원 지나 언덕에 내려 전화를 했다.

“어디로 가야되죠.”

“남측 골목으로 200미터 쭉 들어오시면 빨간색 커튼이 보일 겁니다.”

어라 유석연의 온고당 옆이네. 정말로 허름한 2층 건물 1층 바깥으로 빨간 커튼이 쳐 있다. 이거 뭐여. 주차장으로 씀직한 사무실로 들어가니 죄다 빨간색. 직원 1명. 소장 1명인 문훈발전소. 정말 독특하네. 인터뷰가 시작된다. 1968년 생. 인하대 건축과 86학번.

중3때 연구원인 부친을 따라 호주로 넘어간다. 영어회화 마스터. 학창시절 공간학생건축상 수상. 프랑스로 갈까? 영어되니 미국으로 가자. 5군데 프러포즈. 뉴펜과 MIT에서 입학허가 났다. 1991년 MIT로 간다. 1997년 군 제대하고 정림건축 입사. 어라 재미없네. 다시 미국으로 넘어간다. 놀러. 

가족은 대덕연구단지에 살고. 문훈은 혜화동에 방을 구한다. 어디로 갈까나. 가까운 사무실에 취직하자. 무턱대고 안면도 없는 혜화동의 메타건축을 찾았다. 우리 세대하고는 생각의 방식이 틀리다. 이종호 왈. 나 일 없다. 서혜림에게 가라. 너랑 맞겠다. 서혜림도 일 없다. 그래 신한거축 입사. 월급은 많지만 1년 4개월 동안 실현된 프로젝트가 없다. 또 논다. 어라 할 일도 없고 2천년 호텔리어와 결혼.

2001년 문훈발전소 설립. 그럼 자가발전 하겠다. 디벨롭도 하고. 문신규선생 이후 오랜만에 문 씨 등장.

“문 씨는 하난가요”

“예. 남평 문 씨 하나.”

“그럼 통일교의 문선명 선생도.”

“맞아요. 그래 통일교는 문 씨가 찾아오면 신자에 한해 해외 유학비 다 대준 다네요.”

서혜림이 전화가 왔다. 현대고등학교 증축안 같이 하자. 좋다. 교실+교회. 잔디와 자유로움으로 디자인한다.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서측면 대로변에 있는 잔디밭 아래 건축이 바로 문훈의 솜씨다. 이후 주로 다세대주택 설계에 전념.

2002년 드디어 상상사진관의 의뢰가 들어온다.

“왜 건물이름이 상상사진관이에요.”

“건물주인 사진작가 강영호의 스튜디오 이름 그대로 쓴거에요.”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 홍익대 불문학과 졸. 동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 전공.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사진가로는 손가락에 꼽히는 작가. 까다로운 강영호의 9번째 후보로 문훈이 나선다. 기존 대지에 있는 집에서는 강영호의 부모가 살고 있고. 한 필지 더 사들여 3필지에 문훈의 마징가 Z가 들어선다.

이 동네가 얼마 전 문화의 거리로 뜨면서 도시가로구획 지침이 만들어졌다. 전면도로에서 무조건 3미터 물러나서 건축 시작할 것. 이 동네 요즘 땅값은 평당 4천만 원. 그럼 10평 4억을 도네이션하는거다. 내가 미쳤냐. 그래 이 동네 신축 전면 중단. 상상사진관은 그래도 간다. 대지면적 140평. 그럼 평당 4천만 원 곱하면. 땅값만 60억이 넘고.

지하 파내 사진 스튜디오 만들고. 1층은 지오다노 매장. 좌측에 스트레이트형 계단 올라서니. 2, 3층은 임대 매장. 4층이 드디어 층고 7미터의 상상사진관. 조명설치 관계로 층고가 높다. 이곳 스튜디오에 김건모, 이미연 같은 최고의 연예인들이 들락날락. 나도 언제 구경 가야지. 5, 6층은 부모님 자택.

이 집은 4면이 같은 얼굴이 없다. 그야말로 상상 플러스. 층마다 또 모양이 다르고. 정말 정신 없는 디자인. 얘들은 열광하고. 옥상에 3미터 돌출한 대가리 만들고 문훈은 수영장을 설계한다. 물 무게만 200톤. 설비비만 5천만 원 들어가는 회심의 디자인. 건축주 부친 왈. 너네 지금 나갖고 장난 하냐. 그래 대가리는 2미터 잘려 나가고 수영장 취소.

문훈이 명함을 준다. 명함에 고돌이 패 팔광이 환하게 떠 있다. 이거 뭐여. 문훈의 성 문을 달 moon으로 해석한다. 직원이 주차장 사무실 전면벽에 레이저를 쏜다. 일이 생기면 파트너 불러 모아 테스크포스 구성. 일 없으면 해산. 전면벽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죄다 누드 사진.

“누드사진 직접 찍남유.”

“예, 저번에 시간당 20만원인 모델 불러다 찍었시유.”

“다음엔 나도 불러 줘유.

“상상사진관 인테리어 마감이 거칠데요.”

연면적 600평에 책정된 공사비는 20억. 그럼 평당 300여만 원.

“공사비가 모자라 직영해서 그래요.”

문훈은 건축가인지, 만화가인지 헷갈림. 내가 늙은 건지. 우찌됐든 골 때리는 건축가 혜성처럼 등장. 지켜보시죠.(초고임)

 
[출처] 상상사진관|작성자 꼬르

http://blog.naver.com/leecorb/12004421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