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 12월 14일까지
조선시대의 왕들은 서화(書畵) 작품을 애호하고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예술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그들은 여러 작품들에 직접 어제(御製) 친필을 써서 남기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이 12월14일까지 미술관 1회화실에서 여는 테마전 《왕의 글이 있는 그림》은 임금의 글이 쓰여진 회화 11점을 모아 전시하는 독특한 자리다.
이 중 〈제갈무후도(諸葛武侯圖)〉와 〈사현파진 백만대병도(謝玄破秦百萬大兵圖)〉〈온궁영괴대도(溫宮靈槐臺圖)〉의 3점은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695년(숙종 21)에 그려진 〈제갈무후도〉는 중국 삼국시대 유비(劉備)를 도왔던 촉한(蜀漢)의 명재상 제갈량(諸葛亮)을 그린 그림이다. 평소 즐겨 입었다는 학창의와 윤건(綸巾) 차림의 제갈량이 나무 밑에 동자와 함께 앉아 있는 평온한 모습으로, 숙종 임금은 그림 오른쪽 윗부분에 제갈량의 일생을 묘사한 긴 시를 써서 '그와 같은 충신을 얻어 나라를 다스리고 싶다'는 군왕의 속뜻을 비쳤다.
조선 후기의 작품인 〈온궁영괴대도〉는 사도세자가 행차해 활쏘기를 했던 온양행궁의 영괴대(靈槐臺)를 그린 작품이다. 사도세자는 이곳에 회화나무를 세 그루 심었는데, 그가 비명횡사한 뒤 30여년이 흘러 나무가 울창하게 자랐다고 한다. 이를 보고 받은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임금은 '영괴대'라는 글씨를 직접 쓰고 비명(碑銘)을 지었다. 이 그림에 쓰여진 임금의 글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사부곡(思父曲)이기도 하다.
남궁련씨가 기증한 〈사현파진 백만대병도〉는 중국 오호십육국 시대 동진(東晉)의 장수 사현(謝玄)이 8만의 병사로 전진(前秦)의 백만 대군을 물리쳤다는 '비수의 전투'를 묘사한 1715년(숙종 41)의 그림이다. 이 그림 역시 한편에 역사적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적은 숙종의 글씨를 담고 있다. 이 밖에 《기사경회첩(耆社慶會帖)》은 1744년(영조 20) 영조가 기로소(耆老所·연로한 고위 문신들의 친목과 예우를 위해 설치한 관서) 입소 행사를 기념해 제작한 화첩으로, 영조의 어제가 세 편 실려 있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