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뿌리를 기록하는 사진가
요시아키 키타

요시아키 키타Yoshiaki Kita를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6월이었다. 오사카의 어느 단체전에 참여한 후 다카라즈카 조형대학교에서 일본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 강의를 진행했는데, 그때 그 학교에 강사로 있던 그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고 거기서부터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에게 남다른 관심이 갔던 이유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를 작업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나와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 온 그는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일본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삶은 어떠한지 궁금했다. 그러다 때마침 그가 한국의 이룸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진다는 이메일을 보내왔고 반가운 마음으로 전시장을 방문했다. 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고 사진가로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어떻게 한국에서 전시를 갖게 되었나?
2006년 11월쯤 갤러리 코스모스에서 한국인 사진가 이장희 씨와 만나게 되었다. 그때 전시에 사용한 잉크젯 프린트 전용지인 픽트란PICTRAN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의 초대로 한국의 전시회에 초청받아 오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전시(2007.12.17~29/갤러리 이룸)의 주제는 작업의 제목을 딴 <Eyes>이다. 처음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게 된 동기는 몽골로이드에 기원을 두고 있는 일본 사람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1990년대부터 여행을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떠난 유럽 여행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나는 일본 사람이다’라는 것이었다. 일본 사람의 관점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고 몽골로이드의 여정을 따라 아시아에서부터 중남미까지 지속적으로 촬영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의 눈을 찍게 된 이유를 설명하자면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낯선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마음을 열어 주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진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흑백 사진들은 사실 니콘 D70으로 촬영한 컬러 사진이었다. 후반 작업을 통해 입자를 가진 흑백 사진으로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 매우 많은 노력이 더해졌다.

그동안의 여정을 소개한다면.
크게 3차례의 여행을 했는데 첫 번째 여행지는 유럽이었고, 두 번째는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세 번째로 아시아를 여행하였다. 짧게는 반 년 길게는 2년간 여행하면서 20여 년 동안 총 71개국을 다녔다. 여행을 할 때 비행기는 거의 타지 않고 육로로 이동하면서 각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만났다. 중남미에서 돌아온 2000년부터는 프로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세상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갖게 해 줄 뿐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력도 주었다.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몽골로이드의 뿌리를 찾아 다녔는데 이것을 확장하게 되면 인간의 뿌리, 지구의 뿌리에 이르게 된다고 믿는다. 동물 피부의 DNA에는 지구의 과거가 모두 들어 있다. 모든 것은 역사적인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아랍에도 일본의 소실된 문화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흩어져 있는 일본의 문화를 찾는 것, 곧 나의 뿌리이자 일본의 뿌리 더 넓게는 인류의 문화를 찾아내는 것. 이것이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이자 의미이다.

공감한다. 한국인의 얼굴만 봐도 그렇다. 한국인의 얼굴에도 다양한 민족들의 형질이 다 드러난다. 그런데 몽골로이드와 몽고의 개념은 약간 다르지 않은가?
여행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몽골로이드의 뿌리를 찾아서 떠난 여정이었지만 현재는 몽골로이드를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여러 인종들이 섞이고 혼합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뿌리이며 역사의 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생각도 그렇다. 국가나 민족이라는 개념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아니다. 여행을 통해서 깨달은 것인데, 한국도 수없이 많은 생성과 분열 그리고 결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민족을 이루었고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한국 사람들은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허구의 ‘민족’이라는 개념을 신봉하고 있다.
일본 사람은 국가와 민족의 개념이 약하다. 이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다. 한 예로 일본 사람들은 국제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니콘사의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세계 곳곳에서 촬영한 작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2004년 6월부터 니콘사의 제안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기획안을 만들고 홈페이지 웹담당자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찍은 사진을 현지에서 바로 올려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있는데 현지의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작업만 해서는 생활을 할 수가 없었고 또 후에는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진행했다.
니콘사에서 제공해 준 디지털카메라 D70으로 촬영했고, 사이트에 올리는 것과 동시에 니콘 잡지에도 연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카라즈카 조형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도 올리면서 여행 경비를 마련했는데 전체 경비의 50% 선에서 지원을 받은 셈이다.

여행 경비는 어느 정도인가.
항상 아내과 함께 여행을 하는데 숙박, 이동 비용, 식비를 포함해서 하루 3천 엔 정도를 지출한다. 어떤 아시아 국가들은 이보다 더 적은 돈으로 여행하기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 달라.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작업은 중앙아시아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중앙아시아에는 몽골로이드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가 배워 온 역사와 다르게 인류는 참으로 많은 교류를 하면서 쉴 새 없이 섞이고 섞여 왔다. 현재 그들의 얼굴이 이것을 증명한다. 이것을 다음 작업에서 보여 주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전 세계의 어린 아이들을 만나 사진에 담고 싶다. 이것은 아마도 내 인생의 작업이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 아트 사진을 찍고 싶다. 다큐멘터리가 예술이 되지 않으면 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와 같은 ‘Eyes’ 작업을 가지고 올해 도쿄에서 개인전을 가질 계획으로 준비 중에 있다.


진행 _ 강제욱(사진가)
통역 _ 이장희, 박지연



요시아키 키타 Yoshiaki Kita
1967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일본 사진 이미지 기술 학교를 졸업한 후에 프리랜서로 광고 사진을 찍었다. 1991년부터 1992년까지 유럽,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라틴 아메리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러시아 등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2002년 일본 내셔널 지오그래픽Nikkei National Geographic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www.nikon.co.jp/main/eng/feelnikon/nature/visual-sketch


 

출처 _ www.mphotonet.com